자취와 1인 가구의 현실을 찐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처음 ‘나 혼자 산다’를 봤을 때, ‘연예인이 혼자 사는 일상이 뭐가 궁금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니, 이상하게도 자꾸 보게 된다. 자취 10년 차인 나조차도 "맞아, 혼자 살면 저래"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장면들이 등장하고, 연예인이라는 필터를 걷어낸 그들의 ‘생’ 일상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가령 화사가 곱창을 뜯고, 혼자 무말랭이 반찬을 만들던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혼밥, 혼술, 혼잠, 혼청소 등 1인 가구가 겪는 모든 생활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관찰 예능이 아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싶은 묘한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또한 자취 초년생이 느낄 수 있는 막막함이나, 혼자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출연자들이 정말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기안84의 생활 모습도 어느새 ‘진짜 리얼’로 여겨지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웃음 포인트가 되어버렸다. 때로는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날것의 장면들이 있어서 ‘가짜’ 느낌이 덜하다.

‘나 혼자 산다’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예능이 아니다. 요즘 시대의 혼자 살기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자기만의 균형을 잡아가는지를 담아내는 다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케미스트리, 이 조합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나 혼자 산다’가 진짜 재밌는 이유는, 단순히 혼자 사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무지개회원들의 모임 장면에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나누는 티키타카, 의외의 조합에서 나오는 허당미, 그리고 오랜 시간 쌓인 친근함이 화면을 통해 전해진다.
특히 박나래, 기안84, 이장우, 전현무, 코드쿤스트, 화사, 이주승 등 현재 멤버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해서 조합 자체가 신선하다. 예를 들어, 기안84와 전현무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챙기고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 같은 관계이고, 박나래와 코드쿤스트는 예상 밖의 케미를 보여준다. 화사는 유일무이한 분위기로 모든 분위기를 리드하고, 이장우는 ‘찐 집돌이’ 콘셉트로 ‘자기계발 안 하고 사는’ 일상의 무해한 매력을 뿜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주승 편을 가장 인상 깊게 봤다. 그는 아침에 명상을 하고 고요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타입인데, 그 모습이 너무 차분하고 안정감 있어서 ‘저런 혼자 살기도 있구나’ 싶었다. 그동안은 박력 넘치고 활기찬 자취 라이프를 보다 보니, 조용하고 내향적인 라이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혼자 산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다. 누구는 매일 아침 바쁘게 움직이고, 누구는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 있고. 누구는 고양이와 살아가고, 누구는 반려 식물과 대화를 나눈다. 이런 다양성 자체가 재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생활 참고서'
예능이라고는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생활 정보도 의외로 많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실제로 몇 가지를 따라 해봤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다음 세 가지다.
1. 전현무의 냉장고 정리 루틴
정리함을 활용한 식재료 분류 방식이 인상 깊었다. ‘다 쓰면 바로 리필하기’ 체크리스트를 냉장고에 붙여두는 것도 해봤는데, 자취러에게 유용한 팁이었다.
2. 이장우의 만능간장 만들기
그가 요리 초보지만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들어낸 만능간장은 실제로 나도 따라 해봤고, 밥도둑이었다. 요즘처럼 외식이 부담스러울 때 큰 도움이 됐다.
3. 박나래의 방 꾸미기 콘텐츠
싱글라이프를 좀 더 ‘나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부분. 리폼이나 홈스타일링 아이템을 소개하는 장면은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메이커들의 제품 간접 홍보보다도, ‘실제 쓰는 물건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방식이라 더 신뢰가 간다. 예능에 나왔다고 따라 샀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혼산’은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의 활용도가 화면을 통해 보여지기 때문에 판단이 쉬운 편이다.
마무리 감상: 계속 보게 되는 이유
솔직히 말해서 ‘나 혼자 산다’는 자극적인 포맷이나 극적인 설정은 없다. 그런데도 꾸준히 시청률과 화제성을 유지하는 건 이유가 있다. 바로 내 일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이 아니라, 공감 가능한 작은 습관과 생활 속 루틴이 전해지고, 때로는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혼자 살아가는 시대에, ‘혼자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방송. 그래서 자취러든, 결혼한 부부든, 누구나 편하게 보게 되는 것 같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나처럼 하루하루 ‘소소한 루틴’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나 혼자 산다’는 가볍게 웃고, 때로는 진지하게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예능이 될 수 있다.